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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학 공부_열역학의 일

열역학에서, 어떤 시스템에 의해 수행된 일이란 그 시스템에서 주위로 전달된 에너지이다. 이때 에너지는 그 시스템이 거시적인 힘을 주위로 자연스럽게 작용하는 과정을 통해 전달된다. 이 거시적 힘과 이로 인해 나타나는 시스템, 주위의 변화는 측정될 수 있어야 한다.

영어로 한 문장인데, 저걸 우리말로 한 번에 쓰려면 문장이 망해버린다. 적절한 위치에서 끊어주자. 앞선 포스팅에서 살펴본 많은 예시와 같이 에너지 전달의 한 형태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전달되는 과정의 묘사를 통해 일의 범위를 한정시킨다.

여담으로, 저렇게 관계대명사들이 난무하는 문장은 관계대명사가 없을 때 어떻게 쓰이는지 분해해보면 해석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아래처럼 적어보면 쉽게 읽힌다.

In thermodynamics, work performed by a system is energy transferred by the system to its surroundings. Through this process, the system can spontaneously exert macroscopic forces on its surroundings. Those forces and their effects can be measured externally.

아마 고등학생때 많이 해봤을 방법. 영어를 괜히 배우는게 아니다. macroscopic 이라는 단어는 macro+scope 의 형태로 이루어져있다. '거시적인' , 즉 눈에 보이는 것을 수식해주는 단어다. microscopic, '미시적인' 과 같이 알아두면 된다.

spontaneous 는 열역학을 공부하다 보면 좀 자주 접하게 될 단어다. '자발적인, 자연스러운' 의 의미를 가지고있다. 어근은 잘 모르겠다. 이 단어의 뉘앙스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일어나는' 으로 생각하면 된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열역학적 일은 물리학에서 쓰이는 일의 의미와 사뭇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물리학에서는 아마 힘의 작용 방향으로 변위의 변화가 있는 경우, '일을 했다' 라고 표현하는 걸로 알고있다. 이는 정말 general한 정의이다. 열역학적 일도 일단 어떤 힘에 의해 발생되어야 하는데, 거시적인 힘이어야하고 그 힘의 영향이 측정 가능해야한다. 즉 특수한 경우의 물리학적 일이다.

여기서 측정가능해야 한다는 말에 잠시 주목해보자. 만약 열역학에서도 일을 힘과 변위의 곱으로 나타내는 경우, 우리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입자 하나하나에 대해 작용한 힘과 변위를 모두 구해야한다. 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스템 외부에서도 측정 가능한 압력과 부피의 곱으로 일을 표현한다. 물리학에서는 질점을 다루지만 열역학에서는 부피로써의 시스템을 다루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이다.

 

이 열역학적 일은 힘의 전달이 시스템과 주위의 직접적인 접촉에 의해 이루어지는지, 아닌지에 따라 나뉜다. 전자를 역학적 일, 후자를 비역학적 일이라 한다.

● Mechanical work, 역학적 일

역학적 일은 시스템과 주위의 직접적인 접촉면에 의해 전달되는 일이다. 어떤 기체를 포함한 실린더의 팽창과 수축을 간단한 예로 들 수 있겠다. '직접적인' 의 원래 표현이 'immediate' 인데, 의미 전달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아주 근접한, 물리적으로 거리가 아주 가까운'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이 역학적 일이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PV항에 해당한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시스템이 압력 P와 부피 V를 가지고 있을 때, '이 시스템은 W=PV의 일을 가지고 있다' 라고 표현하는가? 아니다. 일은 항상 변화량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전달함으로써 발생하는 양이기 때문이다. 즉 일은 열역학적으로 시스템의 상태를 표현하는 함수가 아니고, 어떤 시스템 내 압력이나 부피의 유한한 변화에 대해 역학적 일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부호는 잠깐 무시한 채로 서술하겠음.

 

아주 작은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표현할까? 미분을 활용한다. 우변인 PV항은 곱미분으로 나타나는 것에 유의.

잠시 말해두지만 이러한 미분 조작을 할 때는 후술할 sign convention, 즉 부호 문제에 대해 따로 고려하지 않는다. 바로 이전 포스팅에서 열린계의 상태 서술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때 우리가 work rate를 PdV와 other work로 나누었던 것을 기억하는가? 위의 VdP가 other work의 정체이다. 즉 부피 변화를 야기하는 일을 제외한 모든 역학적 일은 VdP로 표현한다. 이는 반드시 열린계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개념이다.

닫힌계에 대해서 VdP 항은 생각하지 않는다. 닫힌계에서는 시스템 내부의 물질이 갇혀있으므로 흐름이 없다. 시스템을 하나의 덩어리로 생각해도 된다는 말이다. 그럼 열역학적 일은 특수한 경우의 물리학적 일인데, 닫힌계의 부피가 일정하다면 외부 압력만 변화시킨다고 해서는 차원으로써의 길이의 변화가 없으므로 일을 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닫힌계에 대해서는 PdV 항으로 일을 표현하고, 이를 PV work라 부른다.

이때 부호는 잠시만 생각을 해보면 해결된다. 예전에도 설명한 적이 있는데, 일단 열역학에서 일 W는 항상 시스템이 받는 경우에 +이다. 닫힌계에서 시스템이 일을 받는다는 것은 부피가 줄어드는 것이므로 dV는 -다. 하여 양 변의 부호를 맞추기 위해 -가 추가로 곱해진다.

그리고 이때 압력은 항상 시스템의 외부 압력 Pext 를 사용한다. 팽창이나 수축에 관계없이 외부 압력을 사용하는게 처음엔 이해하기 어렵다. 팽창하는 경우에는 주위에서 가해지는 압력에 대해 시스템이 일을 하는 것이니 문제가 없다. 하지만 수축하는 경우에는, 시스템 내부의 압력에 대항해서 주위가 일을 하는것이 아닌가?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일을 하는 입장'에서 자연스러운 건 맞다. 하지만 우리는 일을 주던 받던 서술의 주체를 항상 시스템으로 하고자한다. 따라서 수축을 서술할 땐 시스템이 주위의 압력에 대항해서 negative work를 해준다고 생각한다. 일의 전달 방향만 바뀐 것이다.

나중에 열역학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다루게 되면 기체 내부의 압력과 부피의 관계로 위의 식을 표현한다. 그런데 위의 식은 외부 압력을 사용하는데 왜 기체 내부의 압력을 대입하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당연히 생긴다. 우리는 이를 '준정적과정' 이라는 것으로 해결한다. quasi-static process 라고 하는데,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매 순간 시스템과 주위의 압력이 평형을 이루며 진행되는 과정, 즉 언제나 내부 압력 = 외부 압력인 과정.

가역과정과 상당히 비슷한 정의같다. 하지만 가역과정은 위의 조건에 '마찰과 진동이 없고, 언제든지 역전될 수 있다' 등의 더 stirict한 가정이 붙는다. 즉 모든 가역과정은 준정적과정이지만, 준정적과정이 모두 가역과정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배우는 열역학 과정은 모두 준정적 과정임을 가정한다. 전공 서적에서 쓰여진 설명이나, 연습 문제같은 것을 보아도 어떤 과정이 주어질 때, 그 과정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준정적 과정이 거의 무한한 시간을 소요하지만, 이 시간은 열역학적 관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형 전후의 상태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대부분 Pext 에서 외부 압력 표시를 생략하고 그냥 P라고 표기한다.

예를 들어서, 부피가 변하지 않는 강철 용기 내에 갇힌 기체의 내부 압력이 100bar인데 용기 외부는 1bar이다. 갑자기 용기가 제거되어서 기체가 팽창하는 경우는 어떤 과정이고 무슨 압력을 사용해야 하는가? 에 대한 답은 그냥 미칠듯이 빠르게 팽창하는 과정이고, 이 때 한 일은 1bar에 기체의 부피 변화를 곱한 값이다. 이 상황을 준정적 과정으로 표현하려면, 용기 외부도 처음에 100bar이며, 이를 아주 천천히, 용기 내부의 기체가 외부와 항상 평형을 이룰 정도로 천천히 감소시키면서 팽창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기체가 한 일은 준정적 과정에서 훨씬 크다. 이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VdP를 살펴보자. 항의 형태에서 알 수 있듯이 부피가 일정하고, 압력이 변화함으로써 생기는 일의 양이다. 열린계에서 우리는 시스템을 분석할 때 control volume이라는 것을 도입했다. 흐름이 있는 시스템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임의의 부피이다. 그리고 정상 상태에서 이 control volume은 일정하다. 이는 PdV가 사라질 수 있는 조건인 일정 부피를 만족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열린계의 일은 VdP를 사용하여 나타낸다. 시스템의 흐름으로 발생하는 값이므로 '흐름일'이라고 한다.

근데 dP는 어디서 발생하는걸까? 이는 유체역학에서 배우는 베르누이의 에너지 수지식을 활용하여 설명할 수 있다. 앞선 포스팅에서 열린계의 에너지 수지식에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 항이 존재했다. 베르누이 식에 의해 두 값의 변화는 흐르는 시스템의 압력 변화로 나타난다. 즉 dP가 발생하는 것이고 VdP로써 시스템이 주위와 일을 주고받는다. 이 외에도 마찰이나 점성 효과에 의한 압력 강하도 원인이 되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즉 이 값은 측정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에 대해 '축일 (shaft work)' 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유체의 흐름으로 발생시킬 수 있는 일은 주로 회전 운동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터빈이 대표적인 예다. 증기터빈, 가스터빈 등에서 자주 들어봤을텐데, 모두 유체의 에너지를 기계의 회전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이다. 그 반대는 펌프 또는 압축기라고 한다. 펌프는 액체의 압력을, 압축기는 기체의 압력을 높이는 장치이다.

부호를 살펴보면, 시스템의 압력이 감소하는 경우에 dP는 -이고, 이 때 시스템이 주위에 일을 하므로 dW도 -다. 따라서 흐름일에는 -가 추가로 붙지 않는다. PV 일과 부호를 혼동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

열역학에서 사용되는 역학적 일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다. 설명이 많이 길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준정적 과정에 대해,

① 닫힌계에서 dW=-PdV

② 열린계에서 dW=VdP

이외에 비역학적 일로 전기적, 화학적 일도 존재하지만 기억하기로는 전기적 일은 아예 다룬적이 없고, 화학적 일은 화학포텐셜과 몰 수 변화의 곱으로 표현하여 용액 열역학에서 잠시 다루었던 것 같다.